로스트아크

상단 메뉴

PC방 OFF

이벤트 & 업데이트

자유게시판

목록가기

스압+심연의 끝을 마주한 자 감상문(스포주의) 새 글

만화영화 카드캡터 체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써서 글이 엉망입니다ㅠㅠㅠㅠㅠ


개인적인 사정으로 로스트아크와 멀어진 지도 제법 오랜 세월.

1부의 마지막은 어떻게든 봐야지 싶어 영혼(=원정대 보석)을 끌어모아 레벨을 종막 노말까지 맞추었다. 

설마하니 종막 하드까지 클리어해야?! 걱정했던 것도 잠시, 1680레벨로 업데이트된 에피소드: 심연의 끝을 마주한 자는 정말 괜찮은 이야기였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오늘...문득 바람을 쐬면서 이것저것 잡생각을 해보았다.

그 잡썰들을 풀기 전에...잠시만 얘기를 딴 곳으로 돌려보겠다.


※바람이여, 구속의 사슬이 되어라.

혹시 이름도 드높은 작품 '카드캡터 체리'를 아시는 분이 계시는가?

주인공 유체리가 온갖 다채로운 의상을 입고서 지팡이를 이리로 휘릭 저리로 휘릭 돌리며 꿈과 희망을 말하던 만화영화이다.

그런데 체리가 주로 사용하는 카드, 윈디(바람)를 부를 때 말하는 이 한마디는 의외로 내게 인상깊었더랬다.

바람이여, 구속의 사슬이 되어라.

풀려난 크로우 카드들을 구속하던 가장 대표적인 사슬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불도, 뒤흔드는 땅도, 휩쓸어버리는 물도 아니었다.

바로 형태조차 없이 모든 것을 얽매오는, 아니면 형태조차 없어서 허망하게 놓칠 것 같은 바람이었다.   

마치 절벽에 아만이 남겨두고 온 기억처럼, 혹은 허망하고 부질없는 바람처럼.  


※사람을 진정으로 구속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소설가는 말했더랬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고.

모든 것을 불태우는 불처럼 끔찍한 고통에도, 뒤흔드는 땅처럼 절망적인 충격에도, 휩쓸어버리는 물처럼 끔찍한 절망에도 

인간은 그럴 수가 없다고. 


그런 인간을 패배시킬 수 있는 구속의 사슬이 무엇인가, 바로 바람이다. 

형태조차 없이 인간을 얽매는 기억이다. 형태조차 없어서 인간을 허망하고 부질없게 만드는 바람이다.


가장 먼저 떠올리자면 애니츠의 웨이가 그러했다.

군단장 레이드에서 개근하는 에스더였던 이 남자를 얽매었던 구속의 사슬은 결국 바람이었다.

스승의 죽음과 불사귀 도철의 계승이 실패했던, 모든 것은 내가 나약한 짐덩이였기 때문에.


또한 이번 에피소드에서 전사한 로헨델의 게르디아 역시 그러했다.

불꽃지킴이였던 이 남자를 몽환군단장의 간계에 얽매었던 구속의 사슬 역시 바람이었다.

황폐화된 제나일에 대한 기억, 모든 것은 제나일을 외면하는 여왕...아니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구속의 사슬에 종족적으로 묶여있는 것이 바로 라제니스겠지.

루페온을 가장 닮은 첫번째 빛, 날개로서 하늘을 날아야 할 이 종족을 지난 세월동안 얽매었던 구속의 사실은 우습게도 바람이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죄에 대한 기억, 모든 것은 죄를 저질렀음에도 이렇듯 엘가시아라는 배려이자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약간은 비약이지만, 베른 여왕 에아달린 역시 그러하다.

평소에는 어린 소녀같아도 중요한 순간에는 군주다운 이 여왕을 얽매는 구속의 사슬 역시나 바람이다.

무너진 제나일과 떠나온 로헨델에 대한 향수, 그 앞에서는 제 정신을 못차리고 눈물만을 쏟아낸다.

→오죽하면 아델이 평소에는 똑부러진 분이 로헨델에 오니까 넋이 나갔다고 할까.


게임 로스트아크는 여러 서사로 하여금 그런 면을 보여주고 있다.

고통과 절망으로 파괴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인간을 진정으로 패배시키는 구속의 사슬, 그것은 바람이라고. 기억이라고, 미련이라고. 

그렇다면 과연 이것을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점을 얘기하기 위해, 악마들에게 온 아크라시아를 팔아넘긴 매세노(세계를 팔아넘겼으니까 매세노?)사트라에 관해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아무리 여왕이 밉고 실린이 싫어도 어떻게 저런 짓을 할까 싶었는데, 

아제나 호감도에서 에아달린이 아제나를 맞이할 때 + 사트라가 볼다이크 출신이라는 점을 합쳐서 생각해보니 약간은 추측할만한 점이 있었다.


아무리 한 때 자신의 군주였다지만, 이제 에아달린은 엄연히 한 나라의 여왕이다.

그런 자가 제 나라에서, 제 궁전 앞에서, 제 백성들 앞에서, 다른 나라의 여왕에게 함부로 고개를 숙이며 신하의 예를 갖추듯 행동하다니.

→이 점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아제나는 그 옛날 에아달린의 여왕이자 전설적인 에스더의 일원이라는 것,  베른은 아제나의 배려로 하여금 건국될 수 있었던 망명국가였던 것.


하지만 베른의 인간들 입장에서는 그저 황당할 뿐인 것이다. 

더 이상 베른은 로헨델에서 망명 온 실린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인간 심지어 고블린까지 있지 않은가.

애당초 그럴거라면 인간만으로 이루어진 "원로원"이 왜 존재한단 말인가.  이러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베른의 인간, 고블린까지도 대표해야 할 여왕 에아달린이 이들을 쏙 뺀 채 실린으로서 다른 나라 실린여왕에게?!

이 정도면 친여왕파도 반여왕파가 될 판이다.


만일 이 균열을 악마들이 과거 제나일의 실린들에게 그러했듯 원로원들에게 파고들었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사트라가 볼다이크 출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고작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한 사트라가 세계를 팔아넘기도록 만든 구속의 사슬 역시 바람인 것이기에.

과거부터 선택받은 세 종족과 가디언에 가려져 무력했던 역사들에 얽매였던 볼다이크, 그 출신인 사트라가 실린에 인간으로서 얽매였을 그것이.

저 균열을 촉매로, 악마들의 농간에 뒤틀려 잘못된, 군단장들에게 손을 뻗어보자는 쪽으로 변질되었다면.


그리하여 베른 남부에 혼돈의 권좌가 뿌리내리고, 온 아크라시아에 페트라니아의 사슬이 내리꽂히고, 악마들과의 싸움까지도 시작된 것이라면.

혼돈의 마녀가 카제로스에게 말했던 "예언"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면.

결국에는 사슬처럼 얽매오는 바람이야말로 사슬처럼 구속하는 질서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겠는가.

※질서여, 바람이여, 구속의 사슬이 될 것인가.


루페온이 스스로 완성한 것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배열된 완벽한 자리와 정해진 역할, 질서의 이름 아래 완성된 장엄하고도 거대한 흐름.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이름, 그것은 바로.

운명

우리는 이를 갈면서 결심하곤 한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처럼 되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실이란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을 닮아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저주받은 기분에 잠겨드는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리가 배열된 것처럼, 역할이 정해진 것처럼, 뭔가의 인과가 있는 것처럼. 바로 운명처럼.


이번 이야기에서 결국에는 소멸을 맞이한 카제로스가 바로 그러했다.

루페온이 혼돈 속에 오르페우스를 창조했듯 카제로스는 압그룬테에 질서를 세웠다.

카제로스는 나 스스로 오롯한 존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루페온은 어땠을까?

혼돈과 질서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삼길 원했던 루페온처럼 카제로스는 열쇠의 아크와 태초의 빛, 에브니의 예언가지도 손에 쥐려 했다.

그리고 루페온이 카제로스를 남겼듯 카제로스는 모험가에게 심연의 불꽃을 건네었다.

어떤 의미에서 카제로스는 그토록 거스르고 거역하려 했던 루페온을 닮아있었다. 마치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닮아버린 자식처럼

정말이지...왜 이렇게 된 것일까? 

결국에는 카제로스 역시 구속의 사슬처럼 얽매오는 바람에, 사슬처럼 구속하는 질서에 감긴 존재였던 것을.

"들어줄 자"가 아무도 없었던 시작에 대한 기억. 그렇기에 더더욱 집착하고 분노하고 증오할 수밖에 없었을 모든 것에.

→모험가는 말했더랬다. 듣고 싶지 않다고. 카제로스는 말했더랬다. 마음껏 분노하고 증오하라고.

바로 이 순간에 카제로스는 모험가에게서 그 옛날의 자신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심연의 불꽃을 건네주기에 충분할 정도의. 


아무리 질서니 혼돈이니 어려운 말로 떠들어봤자 모든 것은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니까.

그렇기에 모험가가 "바람"으로 칭해지는 것은 인상깊다. 

왜냐면 모험가는 아크라시아의 모두를 서로에게 "데려왔기"에.


※바람이여 저 자를 데려와다오.

카드캡터 체리에서 "바람이여 구속의 사슬이 되어라" 라는 이 대사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바로 "바람이여 저 자를 데려와다오"라고.
누구보다 기억에, 바람에, 그 허망하고 부질없음에, 구속의 사슬과도 바람에 얽매여있는 누군가를 데려와달라고.

그렇게 손을 내민다.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어찌보면 우스운 일이다.  인간을 얽매는 구속의 사슬이 바람이라면, 거기 묶인 인간을 데려오는 것 역시 바람이라는게.

하지만 모험가는 그렇게 했다.

기억에, 그 허망하고 부질없음에 얽매여있던 아크라시아의 모두를 서로에게로 데려왔다. 그렇게 베른남부에서 연합군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운명의 탄생으로 이어질것이다.

더 이상 라제니스들은 루페온의 대신전에서 기도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스스로를 얽매었던 바람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람으로 향할테니.

그 과정에서 모험가는 무엇을 데려오게 될까. 


※게임 로스트아크에 관한 잡썰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일까? 로스트아크에는 바람이 불었더랬다.

"바람이여 저 자를 데려와다오"수많은 모험가들을 데려왔던 바람이 불었더랬다.


하지만 최근들어 로스트아크는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4년 전 모험가들을 데려왔던 바람이 아니었을까.

바람, 형태조차 없이 인간을 얽매는 기억,  형태조차 없어서 인간을 허망하고 부질없게 만드는 바람.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인간을 패배시키고 구속시키는 사슬같은 바람에 로스트아크는 너무도 묶여버렸다.

지금 떠나고 없는 그 분이 남겨놓은 기억, 흔적. 그에 대한 미련과 허망함, 부질없음에 

마치 게임 속 루페온이 집착하는 운명처럼.


지금의 나는 개인사정 때문에 로스트아크와 멀어져있다. 언제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로스트아크가 다시금 "누군가를 데려올 수 있는 바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비록 그것이 예전 그 분의 모든 것을 싸그리 지워버리는 것이 되더라도.


...너무 급하게 썼더니 글이 엉망이네요.

이런 젠장!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