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주의] 종합 후기와 개선 제안(수정)
# 첫인상
좋았어요. 사실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은 최초 공개 당시 이름만 들어 본 정도에서 머물다가 최근 파이널 CBT 테스터 모집 홍보를 보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던 만큼,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도 깔끔하게 운영되는 듯 보였고, 무엇보다 테스트 시작 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본 많은 분들의 직전(2차) CBT 후기나 평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많이 올랐습니다.
# 커스터마이징
로스트아크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최근 출시되는 여타 RPG들에 비해 그리 정교한 편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럭저럭 만지작거릴 요소는 충분히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커스터마이징 결과가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비주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요! 시야각이 고정되어 있는 쿼터뷰 시스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캐릭터 인상이 생성 과정과는 완전히 다르게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 선택 창에서는 이상하게도 남성 캐릭터에게만 안구 백화(눈동자(홍채)의 색이 지나치게 밝게 보여서 마치 눈이 뒤집힌 것처럼 보이는)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특히나 더욱 인상 파괴가 되어 버립니다. 홍채 색상을 검정으로 해도 별 차이가 없었어요. 눈매와 눈 크기를 조절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으나, 조정 범위가 제한적이고 다소 부자연스러워 실패했어요... 모양이 자연스럽게 변경되는 것이 아닌, 직선 축만 회전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 부분이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하게 거슬리는 게 사실이라 오픈 베타에서는 어느 정도 수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UI/UX
이 파트는 특히나 더 주관적인 내용이 되겠지만, 일단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부분은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단축키 배정, 기본 이동과 공격 매커니즘 등의 핵심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다소 불편하고 복잡하게 구성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네요. 특히 기본 마우스 조작 방식이 이동/공격의 2채널로 분리되어 있는데요, 일단 적응하면 플레이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굳이 꼭 분리시켰어야 하는 의문이 듭니다. 덕분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동작 키 하나를 자체 봉인해 둔 느낌이네요.
단축키 부분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임 진행 중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상호작용 키가 [G]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설정에서도 변경 불가능으로 잠겨 있는데, 생각보다 이 키의 위치가 참 애매합니다. G키는 키보드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키 중 하나고, 보통 왼손 3개의 손가락(검지, 중지, 약지)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불편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F]키를 잘못 누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차라리 마우스 왼쪽 버튼을 기본 이동/공격 겸용으로 쓰고 오른쪽 버튼에 스킬 슬롯 하나를 배정해서 [F]키를 스킬 슬롯이 아닌 상호작용 만능 키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단축키 설정에서 직접 변경할 수 있도록 잠금이라도 풀어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Alt]키나 [Ctrl]키를 조합해서 쓰는 단축키가 너무 많은 느낌입니다. 이건 아래에서 따로 얘기할 콘텐츠 다양성 문제와도 연결된 부분인데, 애초에 단축키를 모든 인터페이스 윈도우에 따로 배정하려다 보니 남는 키가 없어 조합 키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용 비중이 낮은 비슷한 역할의 윈도우를 통합하고 탭 구분 등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파티 인터페이스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야가 제한된 비대칭 쿼터뷰 카메라인데, 화면에서 파티원 정보가 차지하는 영역이 너무 크고 조정이 불가능합니다. 거기에 각종 버프 아이콘이 가로로 주욱 늘어지는 방식이어서, 버프/디버프가 많은 상황이 되면 버프 이퀄라이저(?!)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화면을 수놓은 아이콘 위로 마우스가 올라가게 되면 버프/디버프 효과를 알려주는 툴팁까지 표시됩니다. 저는 화면의 2/3 가량 지점까지 튀어 나온 아이콘 줄을 봤습니다. 세상에. 오픈 베타 이후에는 개인에게만 적용되거나, 파티원이 굳이 알 필요 없는 버프 아이콘은 보여지지 않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개인적인 희망 개선 방향이 반영된 샘플 제작을 해보았습니다만... 생각보다 깔끔하지가 않군요. 그러나 체력의 한계(?)로 더 진행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파티 정보 영역의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치를 좌측 상단으로 옮기고 전체적인 사이즈를 줄였습니다. 타입A는 최대한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시도였고, 타입B는 만들고 보니 여타 다른 게임들에서 흔히 보던 구성이 되었네요.
그 외에 일부 아이템 툴팁은 필요한 정보보다 굳이 필요 없는 정보만 표기되어 있거나, 퀘스트 대화를 마우스 클릭으로 넘길 수 없거나, 지도에 비슷한 NPC 아이콘이 많아 헷갈리는 등의 자잘한 불편사항도 있었습니다.
# 스토리와 세계
아크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메인 시나리오의 방향성은 좋습니다. 그러나 루테란 이후의 진행부터는 조금씩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느꼈습니다. 토토이크 스토리라인은 항해 튜토리얼을 어거지로 끼워 넣기 위한 진행과 동선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며, 애니츠는 비무제 이벤트의 비중이 너무 큰 느낌이 듭니다. 아르데타인 쪽은 지역 세계관과 환경에 대한 부연 설명이 좀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진화에 관한 내용이 초반부터 등장하지만 도대체 그 진화가 어떤 현상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지역 스토리라인의 중반 이후에나 등장(메인 퀘스트만 따라가는 경우)하는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루테란 이후의 동선은 선의로 가득 찬 주인공이 각 지역의 큰 사건을 해결해주면 덤으로 아크가 찾아지는 듯한 인상입니다. 즉, 시나리오의 핵심인 아크를 찾기 위해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당위성이 부족합니다. 주로 "너 영웅이지? 우리 지역 문제를 해결해주면 아크에 대한 정보를 줄게." 식의 레퍼토리인데, 차라리 지역 스토리 초반에 아크 힌트를 먼저 얻고, 동선을 따라 도움을 주면서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식의 구성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번 테스트까지 공개된 메인 시나리오의 스토리 구성이 매우 독창적이라거나 기막힌 반전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를 제외하고는 각 지역 스토리들의 흐름이 다소 비슷한 양상(신대륙 도착-악당 등장-주인공이 위기에 빠짐-구원/조력자 등장-악당 추적-계획 저지-영웅 등극)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단조로움과 데자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적절한 장면 연출과 시각 효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분위기입니다. 거기에 각 대륙마다 고유한 세계관이 설정되어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네요. 한 시간대에 각각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공존하는 여러 테마로 인해 볼거리가 많고, 성장 과정에서의 지루함을 다소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기본 전투 시스템
일단 기본적인 전투 매커니즘은 기본 공격(평타)과 스킬을 잘 섞어 쓰면서 각 클래스의 아이덴티티 게이지를 모아 강력한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보통 핵&슬래시 게임의 전투 시스템이 끊임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인 데 비해 로스트아크의 스킬은 기본 스킬부터 자체 쿨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쿨타임이 결코 짧지 않아서 어떤 스킬 조합을 사용하더라도(데빌헌터 제외) 끊임 없이 8개의 스킬을 순환시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때문에 스킬 사이에 필연적으로 기본 공격을 섞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클래스는 기본 공격 모션 전후로 딜레이가 있어 전투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느릿한 평타가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예요. 그리고 광역 스킬의 피격 대상 수에 상한이 있어 수많은 적을 스킬 하나로 쓸어버리는 통쾌한 액션에 한계가 있는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답답함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기본 회피기입니다. 클래스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간적인 위치 이탈을 통한 회피 기술을 공통 스킬로 가지고 있는데요, 이 회피의 쿨타임은 약 10초 가량입니다. 몬스터 개체수가 적은 필드에서도 긴 쿨타임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던전에서 한번에 많은 물량을 상대하거나, 피격 면역인 광폭화/엘리트 이상급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답답함이 배가됩니다. 특히 보스전의 경우 광역 기술이나 상태이상 디버프 패턴을 동시에 혹은 짧은 간격으로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본 회피와 무빙만으로 모두 피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이 기본 회피 스킬의 부족한 활용성을 채우기 위해 일반 스킬 중에서 위치 이탈이 가능한 특정 스킬들이 강요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파티 플레이의 경우, 파티원 부활 시스템이 없습니다. 이 점은 테스트 내내 의문이 들었는데요, 특히 보스전의 경우 부활의 깃털을 사용한 개인 부활도 불가능하고, 거점 부활 이후 보스룸에 재입장이 되지 않아서 그대로 구경꾼이 되거나 파티 전멸 후 보스전을 재시작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특정 던전은 파티원들이 협동하여 특정 액션을 취해야만 보스를 제압할 수 있는 구조(침식하는 어둠의 지배자(타나토스) 거울 반사 등)여서 한 명이 실수나 연속 콤보로 죽으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핵&슬래시 장르의 특성과 다소 다른 방향이라는 점을 제쳐두더라도, 전투 흐름이 끊기고 특정 패턴에 대처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스킬 쿨타임 감소와 기본 공격의 모션 딜레이, 회피 시스템 개선 및 파티원 부활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기본 공격을 쓰게 만들고 싶다면, 기본 공격에 콤보 시스템이라거나 다른 어드밴티지를 부여해서 플레이어가 손해 보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동기를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 스킬 & 트라이포드
트라이포드 시스템은 사실상 로스트아크의 핵심 특징으로 소개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여타 게임의 스킬 강화 시스템보다 조금 참신한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부족한 스킬 포인트와 위에 언급한 유사 회피기로 인한 스킬 선택 폭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큰 시너지를 내기 힘든 구조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FCBT의 트라이포드 티어1은 거의 쿨타임 감소, 사거리 증가, 마나 소모량 감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런 류의 스킬 강화는 타 게임에서 스킬 레벨을 올리면 기본적으로 붙거나 인챈트 등으로 강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템의 연마 단계 효과도 이런 기본 강화 옵션이 붙게 되는데 굳이 트라이포드에서 이런 옵션을 넣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티어2부터 스킬 자체의 액션이나 부가 효과 등에 영향을 주는 특성들이 생기긴 합니다만, 보통 플레이어가 강화된 성능을 체감하려면 스킬 최고 레벨인 티어3 트라이포드까지 선택해야 합니다. 문제는 스킬 포인트가 현재 최고 레벨인 50레벨 기준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특정 스킬의 사용 의의가 티어3 트라이포드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많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스킬 최고 레벨을 찍거나 아예 포인트 투자를 하지 않는 양극화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많은 테스터 의견을 보면 8개의 스킬 슬롯 장착 스킬 중 4개의 스킬을 최고 레벨로 올리고 남는 포인트로 7레벨(티어2) 1개와 4레벨(티어1) 1개, 나머지는 1레벨로 사용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스킬 트리 구조 자체가 트라이포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스킬 레벨 상승으로 얻는 기본 효과가 단순 공격력 수치 증가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 레벨 스킬들은 주력 기술로서의 사용 가치가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문제는 결국 특정 스킬의 특정 트라이포드만을 사용하는 고착화를 유발하게 되고, 트라이포드 시스템의 궁극적 목표이자 최대 특징인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여러 개선안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 개선 방향은 3가지가 있습니다. 트라이포드 1단계 옵션들을 교체하는 개선안도 물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과연 파이널 테스트까지 종료된 이 시점에서 한 시스템 전체 구조를 갈아 엎는 정도의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1. 최고 레벨 기준 가용 스킬 포인트를 8개 스킬의 최고 레벨 달성이 가능한 만큼으로 확장
- 사실상 최고 전투 레벨을 달성하면 기본 스킬 슬롯 8개의 스킬을 모두 마스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스템의 높은 트라이포드 의존도를 유지하면서도 스킬 트리의 구성 부담을 줄여주어 활용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다만 본질적인 시스템 구조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법은 아니고, 현재 일부 퀘스트와 모험 보상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 포인트 물약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킬 초기화 물약이나 캐릭터 능력치 증가 물약 등으로 보상을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2. 트라이포드 해금 단계 완화
- 현실적으로 현재 상태에서 가장 구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스킬을 배움과 동시에 티어1 트라이포드가 해금되고, 4레벨에 티어2, 7레벨에 티어3까지 해금되어 사실상 7레벨만 찍으면 3단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스킬 포인트 분배가 기존에 비해 유연해질 수 있으나, 1안과 같이 근본적으로 기존 시스템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스킬 트리 구성의 경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스킬 마스터의 중요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7~10레벨 구간의 공격력 증가폭을 높이거나 마스터 시 마나 감소와 같은 어드밴티지를 추가하여 포인트 투자의 동기 부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특정 스킬 레벨에 모든 트라이포드 티어를 개방하고, 스킬 레벨을 올리면 효과가 강화되도록 개선
- 일단 성장 과정에서의 답답함을 완화시킬 수 있고, 스킬 트리 구성에서 좀 더 다양항 스킬을 고려할 수 있도록 스킬 레벨 4 정도에 3단계 트라이포드 전체가 해금되는 방법입니다. 스킬 레벨 1~3 구간은 기존과 같은 방식, 스킬 레벨4에 트라이포드 해금으로 스킬 1차 강화, 이후 스킬 레벨을 올릴 때마다 선택한 트라이포드 옵션이 강화되어 최고 레벨일 때는 기존 시스템의 마스터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트라이포드 효과를 위한 스킬 포인트 투자가 강요되지 않기 때문에 스킬 포인트를 좀 더 자유롭게 분배하여 다양한 스킬 트리를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 장비, 능력치, 강화 시스템
로스트아크의 장비 시스템은 단순한 장비의 개념을 넘어섭니다. 캐릭터가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아닌, 장비가 클래스를 착용하고 스킬을 획득하는 모양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사실상 캐릭터의 전투 레벨은 스킬 포인트를 얻기 위한 과정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기본 능력치(클래스별 스탯(헌터-민첩 등)과 체력)와 특성 능력치(인내, 숙련, 조화, 특화, 신속, 치명)를 비롯, 스킬 강화(연마 단계 효과)에 인챈트(룬, 각인)까지 캐릭터 성장에 관여하는 모든 것은 장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스킬 강화와 인챈트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캐릭터 능력치를 장비에 몰아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장비로 능력치를 보정하는 것이 아닌, 장비 그 자체가 능력치인 셈입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템 레벨이라는 시스템과 연계되어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에 제한을 건다는 점입니다.
아이템 레벨은 캐릭터 레벨과 별개로 장비 자체의 성능과 획득 경로에 따라 부여되는 레벨입니다. 때문에 획득 난이도가 높을수록 아이템 레벨도 높아지겠죠. 문제는 이 아이템 레벨이 대부분 콘텐츠의 제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에서 콘텐츠 다양성에 관해 더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방대한 콘텐츠들을 마련해 두고도 아이템 레벨로 입장 혹은 수행에 제한을 걸어 자유로운 콘텐츠 소모를 방해하고 한정된 경로의 플레이를 강요하는 셈입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길목 앞에 경비병이 서서 "일단 이 길로 가서 강해진 다음 다시 돌아와야 다른 길로 갈 수 있어." 라고 강제하는 느낌?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카오스 던전의 문제는 결국 이 아이템 레벨과 장비 시스템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비 등급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고급, 희귀, 영웅, 전설 등으로 구분된 장비 등급은 사실상 유명무실... 아이템 레벨이 기본 단위 차이만 나도 직전 단계의 고등급 장비보다 상위 단계 희귀 등급 장비가 더 좋은 수치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장비 획득의 성취감이 떨어지고 지루한 반복 작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더라도 바로 다음 단계의 던전 혹은 콘텐츠에서 아이템 레벨이 더 높은 장비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장비가 기존 장비보다 등급이 낮더라도 성능은 대부분 더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나아가 이런 짧은 교체 주기 덕분에 룬 장착이나 각인과 같은 장비 강화에 소극적이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됩니다. 연마를 통해 기존 장비를 강화하여 아이템 레벨을 올릴 수도 있지만, 특정 연마 단계에서 요구하는 희귀한 재료를 획득하는 수고에 비해 새로운 상위 레벨 아이템을 얻는 것이 수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 내내 애착을 가지고 착용한 장비가 없었습니다.
장비 시스템은 일단 캐릭터 능력치와 성장에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어 어떤 개선책을 내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적으로 아이템 레벨간의 능력치 변동 폭이 너무 커서 교체 주기가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점과 등급에 따른 차이가 너무 적은 부분을 위주로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제 와서 아이템 레벨을 삭제하고 캐릭터 레벨 디자인을 다시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 FOR ALL RPG FANS
네, 로스트아크의 슬로건입니다. 모든 RPG 팬들이 만족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는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콘텐츠의 종류가 꽤나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틱 시나리오, 파티 던전과 레이드, 제작과 채집 등의 생활 콘텐츠를 시작으로 모험의 서와 같은 수집 요소, 카드 배틀 등의 미니 게임, 항해를 통한 탐험, 플레이어 대전 및 타워나 큐브와 같은 도전 미션 등의 특색 있는 콘텐츠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콘텐츠들로의 진입을 공통적인 장벽인 아이템 레벨로 막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려고 힌트를 따라 던전 앞에 도달했지만 아이템 레벨 제한에 미치지 못해 발길을 돌린다거나, 바다를 항해하다 멋진 섬을 발견했으나 아이템 레벨이 모자라 정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강요되는 콘텐츠로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험 및 탐험과 같은 콘텐츠는 적절한 긴장감이 필요한 콘텐츠임에도, 아이템 레벨 제한으로 플레이 난이도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다소 부족한 전투력과 레벨로 위험을 감수하고 적에게서 도망다니며 탐험하는 짜릿함 따위는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템 레벨만이 이런 콘텐츠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 콘텐츠의 경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는 보상이 적어 동기 부여가 부족하고, 카드 배틀은 지나치게 단조로운 플레이 방식으로 재미가 반감되며, 항해 콘텐츠는 느린 항해 속도와 복잡하고 까다로운 배 업그레이드 및 선원 시스템의 문제로 제대로 즐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종 목표가 아무리 좋은 보상과 재미를 준다고 해도 그 과정을 억지로 참고 견뎌야 하는 콘텐츠는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콘텐츠가 독립적으로 소비되어 말 그대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일부 콘텐츠의 난이도 조절과 보상 강화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파티 던전이나 레이드와 같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외하고, 솔로 던전 및 섬 입장 등은 아이템 레벨 제한을 삭제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모험의 서, 이 수집 콘텐츠는 원정대 업적처럼 계정 공유로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육성할 때, 달성도 보상을 위해서 이미 찾았던 수집 요소들을 다시 찾는 것은 무의미한 반복 작업이자 스트레스가 됩니다. 계정 단위로 변경하고 달성도 보상을 캐릭터마다 각각 1회씩 받을 수 있도록(벽지와 같은 계정 공유 보상 제외)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화폐와 물물교환
화폐는 게임 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플레이어간의 거래에 이용되는 화폐는 각종 악용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주력 화폐인 실링과 플레이어간 거래 전용의 골드가 분리되어 있는 시스템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물물교환인데요. 이 물물교환을 위한 교환 화폐의 종류가 너무 많고, 각 교환처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다소 번거롭습니다. 특히 전용 교환 상점에서 해적 주화로 교환해야만 하는 해산물과 생선류는 각각 종류별로 소지품 슬롯을 차지합니다. 환전(?) 과정도 번거로운데 자리까지 차지하다니... 다른 화폐로 교환해야 하는 물품의 경우에는 종류를 통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의 기능 제안
마지막으로 게임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개선되거나 새로 생기면 편리할 것 같은 기능들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1. 레이드 파티 매칭 시스템
- 레이드에도 일반 던전이나 카오스 던전처럼 파티원 자동 매칭 기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2. 코스튬 시스템
- 캐릭터 정보 윈도우에 코스튬 탭을 도입하여, 플레이어가 원하는 외형의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반 장비도 코스튬 탭에 장착할 수 있고 프리셋을 지정할 수도 있으며, 코스튬 탭에 장착한 장비의 능력치는 캐릭터 성능에 반영되지 않아야 합니다.
3. 스퀘어 홀 개선
- 미니맵을 통한 스퀘어 홀 이동과는 별개로, 스퀘어 홀 자체를 클릭하여 연주 없이 즉시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각 지역의 스퀘어 홀 개수가 좀 더 추가되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4. 마을 이동/탈것 개선
- 마을이나 도시에서의 이동이 굉장히 답답합니다. 많은 인원이 모일 때 지나치게 복잡해 보이는 것이 문제라면, 부피가 작은 마을 전용 탈것(스케이트 보드 라던가...)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요? 마을에 진입하면 착용한 탈것이 마을 전용으로 자동 교체되면 더욱 좋겠네요! 또한 현재 소지품 창에 보관되는 탈것들을 전용 탭으로 옮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5. 악기 선택
- 악기 상인을 추가하여 다른 클래스의 악기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비슷한 역할의 NPC 통합
- 연마, 연마 효과 변경, 특성 변환과 같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NPC가 각각 흩어져 있어 동선이 추가되고 미니맵에 비슷한 아이콘이 너무 많아집니다.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 OUTRO
본문 내용을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제가 모두까기 인형(?!)이 된 듯한 느낌이네요... 그래도 성장 구간과 스토리라인은 몰입해서 플레이 했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쪼록 "차라리 파이널 클베가 나았다." 같은 평을 듣지 않도록 잘 개선해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p.s. 원래는 블로그에 원본을 쓰고 여기에 요약을 해서 올릴 예정이었지만... 브라우저 문제인지 이미지 첨부가 1장밖에 안되는 바람에 원본에서 이미지를 긁어오는 김에 그냥 전체 내용을 다 긁어 왔어요... (결국 안보여서 브라우저 바꿔서 다시 업로드...) 사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요약까지 할 자신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