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상황이라도 눈은 똑바로 뜨자...

만포네 만두집에서 요즈 얼굴... 아니 요즈에 빙의 했으니 이젠 내 얼굴인가?? 하여튼 얼굴 크기만한 만두를 다섯개를 주문해 하나씩 먹고 있는데, 내 옆자리에 누군가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후드를 쓴 카단이었다.
얼굴을 가리려 후드를 쓴 건지 아니면 멋으로 쓴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충 둘러쓴 후드는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심지의 그의 은발 역시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어 딱 봐도 카단이었다.
'뭐야. 카단이네. 어휴 그러고 보니 카단 카드 모으느라 로아온 카드팩 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카단 카드 모으기 참 힘들었는데. 근데 딱 봐도 카단인데 왜 카단이 만두...'
순간. 무의식적으로 옆을 봤다 다시 내 만두로 돌린 시선이 홰엑! 소리가 날 정도로 돌아간다.
"?"
딱 봐도 카단이었다.
"???"
만두 육즙과 기름이 잔뜩 묻은 손으로 눈을 씻고 봐도 카단이었다.
"?????"
갑자기 부산스러워진 내 행동이 그의 귀에까지 가 닿았는지 그가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여 다시 빠르게 고개를 돌려 만두를 보았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왜?? 왜 만두집에 카단이??'
마치 연예인을 만난 것 같은 심정에 만두를 쥔 양손이 달달 떨리기 시작하는 순간.
"여기다."
"자네가 데리고 오는 식당이라니. 기대가 되는군."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에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 시야와 만나는 순간.
만두를 가득 베어물고 있던 내 입은 그대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금발벽안에 다크서클을 달고 있는 피폐물의 정석이자 영웅 정석의 외모를 가진 미남자가. 어마어마한 후광으로 만포의 만두가게의 시공간을 지워버리며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툭.
기름 범벅된 내 손에서 만포의 만두가 미끄러져 접시 위로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두 인물의 등장에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심장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해낼 듯이 뛰고 있었다.
계속 있다가는 만두를 먹기는 커녕 먹은 걸 토해낼 판이었다.
"만포 아저씨. 저 만두 테이크아... 아니 포장... 아니 싸갈게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말하자 만포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잘라 가져와 하나씩 포장해 주었다.
"식으면 데워먹는 거 잊지 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단과 루테란 두 사람을 최대한 보지 않게 눈을 굴리며 만두를 들고 가게를 서둘러 나왔다.
가게를 나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만두를 하나 두고 갔는데. 아. 혹시... 요즈족인가? 샨디와 샨디의 일행 말고는 림레이크에서 나온 요즈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 혹시 샨디가 찾고 있다던 그 어린....."
루테란이 날 보며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더 이상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루테란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내 귀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그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루테란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남자의 후광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가 나에게 건네주려 내밀고 있는 종이봉투를 눈을 찔끈 감은 채 잡았다.
"만두.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작아서 루테란에게 닿지도 못할 것 같은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중얼거린 뒤 봉투를 낚아채 뒤를 돌아 와다다다 달려갔다.
만두 봉투가 평소와 다르게 딱딱하고 무겁고 두꺼운 원통형이라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걸 확인할 정신이 아니었다.
그냥 '군만두를 서비스로 넣어줬나 봐..'라는 생각을 하며 재빠르게 허겁지겁 그 자리를 뜨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자...자잠깐!!"
뒤에서 다급한 루테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루테란의 목소리와 얼굴에 정신이 나간 내가 그의 말처럼 멈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대로 나는 오늘따라 이상한 만두 봉투를, 그것도 루테란이 전달해준 만두 봉투를 그 어느 때보다 꼬옥 부여잡고 달려갔다.
그리고 애니츠 항구 근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마자 비프로스트를 타고 섬으로 돌아갔다.
섬에 돌아와 집으로 들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진정을 한 후 만두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에야 요상했던 만두 봉투의 정체를 알았다.
"아....."
만두 봉투를 집는다는 게 그만... 루테란의 패자의 검을 뽑아왔던 거였다.
'아. 젠장... 눈 끝까지 똑바로 뜰 껄...'
테이블 위. 만두 포장 사이에 놓여있는 패자의 검을 보며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는 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