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 항해 컨텐츠, 친절함과 불편함의 극을 달리다
항해는 로아에 현존하는 컨텐츠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방대하고 들어가는 시간 투자가 많은 엔드 컨텐츠입니다.
3차 때는 지나친 카던 뺑뺑이의 효율 때문에 많은 빛을 보진 못했지만, 경험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뀐 항해 시스템이 매우 좋았다고 평했기에 결국에는 로아만의 특색 있는 엔드 컨텐츠로 자리 매김할 거라 봅니다.
다만 몇 가지가 마음에 걸려서 건의해봅니다.
1.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과 지도 표기.
보통 대륙과 대륙은 메인퀘를 완료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항해 튜토리얼을 따라 가기만 해도 목적지까지
무탈하게 갈 수 있는 수준이라 매우 친절하다 느꼈습니다. 여기까진 꼭 필요한 친절함이었다면, 중간중간
나타나는 섬 아이콘에 커서를 갖다댈 때 느껴지는 친절함이 너무 지나쳐 강박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섬이 그냥 지도에 바로 표기가 됩니다.
가장 유명한 해적 만화 '원피스' 하나만 봐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는 한 그 바다 어딘가에
어떤 섬, 혹은 대륙이 존재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미지를 탐험하는 모험심이 필요한 거고요.
하지만 로아의 섬은 권장 레벨과 템렙까지 표기된 채 모험자를 유쾌한 야자수 아이콘으로 반겨줍니다^^
섬 이름과 기본 정보도 아주 친절하게 안내되고요. 이건 뭐 무인도인지 관광지 투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냥 탭으로 맵 켜고 일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는 무인도라니.
로아의 섬들은 발견하는 것보다 거기까지 자동 항해를 찍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고 지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탐험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죠.
물론 클베라서 빨리 추가된 섬들을 검증하기 위해 일부러 표기해뒀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굳이
권장 렙과 템렙까지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마치 원피스에서 루피가
섬을 발견하자마자 '이 섬에는 이런이런 위험이 존재하니 최소한 이런이런 장비를 준비하고 상륙하도록 해!' 하고
누군가 매번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추리 소설 첫장부터 대놓고 스포일러 당한 거 같았습니다.
적어도 처음 가보는 섬이라면 아무 정보 없이 도전하는 모험심도 조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전에 인벤 같은 곳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준비를 철저히 한 뒤 도전하고 싶은 유저도 있겠습니다만
그걸 게임에서 모두 자체적으로 제공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건 너무 과잉 서비스에요.
적어도 저처럼 아무 정보 없이 무작정 눈앞에 보이는 섬에 상륙해서 뭐가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픈 유저도 있을 텐데, 지금 로아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모든 정보가 다 오픈되어 있습니다.
다른 컨텐츠라면 몰라도 이건 항해잖아요? 항해처럼 미지에 대한 탐구를 자극하는 모험 컨텐츠도 달리
찾기 어려운데 그 최고의 장점을 지나친 친절함이 되레 방해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무작정 항해를 하다보면 섬을 발견하게 되고, 상륙해서 퀘스트나 기믹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섬의 이름이나 정보를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섬의 마음까지 얻어야 지도에 표기되는 형식이었다면
모든 유저들이 각자 자신만의 해양 지도를 갖게 되는 셈이니 한층 더 모험심이 자극받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이 과정을 항해 전용 모험의 서로 만든다면 그것만으로 새로운 엔드 컨텐츠가 하나 더 생겨나는 셈입니다.
지금은 그냥 맵 키고 저기 무슨무슨 섬이 있네? 어 템렙이 좀 딸리는데 파밍 좀 더 하고 가야겠다.
아니면 무슨무슨 섬에서 필보 뜬다던데 가봐야지, 하면서 자동항해 찍고 일직선으로 달리게 되는 거 같습니다.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는 말처럼 항해는 너무 쉬울 필요가 없는 컨텐츠인 거 같아요.
2. 비효율적인 이동 수단의 불편함.
1의 지나친 친절함과 정 반대되는 불편함이 항해에는 존재합니다.
바로 섬과 섬, 혹은 대륙과 섬 사이로 이동하려면 오로지 항해밖에 수단이 없다는 점이죠.
2차 때 처음 항해가 오픈되었을 때만 해도 이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갈 수 있는 지역이
그리 넓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막혀 있는 서쪽 바다를 제외해도 스케일이 엄청 커졌죠.
대륙에 비하면 섬은 지형지물이나 퀘스트를 추가하기 꽤 쉽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발자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그저 규모만 두고 따져봐도 루테란과 일개 무인도 하나는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의 규모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섬은 할 거 다 한 만렙 유저들이 지루할 때쯤 되면 뿅 하고 추가하기 꽤 쉬운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아마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엔드 컨텐츠이기도 할 테고요.
그러다 보니 여기서 섬이 더 늘어날 지언정 줄어들 일은 절대 없을 텐데, 가면 갈수록 이 많은 섬들을
모두 배에만 의지해서 돌아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뒤따릅니다.
대륙간 이동이 불편해지자 정기선을 추가해준 것처럼, 섬과 섬 혹은 섬과 대륙 사이에도
항해 외의 다른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건 당장은 추가하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서쪽바다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사람들이 기에나의 바다를
예전만큼 자주 이용하지 않게 될 때쯤 발생할 것입니다.
대륙과 대륙 사이는 정기선으로 간다 쳐도 어느 섬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거나 보스가 뜬다고 하면
일단 근처 대륙까지 정기선으로 이동한 후 해당 섬으로 배를 타고 달려가야만 합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항해로 달려가든가요. 새로운 대륙이 오픈되고 바다가 더 넓어지면 끝에서 끝까지 달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까요? 또 랜덤으로 등장하는 항해 디버프와 소모되는 내구도도 있는데
과연 이 극도의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 자원 낭비를 성미 급한 한국 유저들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게다가 배를 최대한 업그레이드 하기 전까지는 상당히 속도가 느린 편인데, 업그레이드를
열심히 했다면 모를까 대충 했다면 항해 자체가 고통이 될 겁니다. 도중에 폭풍우라도 만나서
난파하면 더욱 짜증이 나겠죠. 그러다 결국 항해는 하는 사람들만 하는 고인물 컨텐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의 경우 지나친 친절함이 모험심을 깎아 먹는다면 2의 불편함은 항해 자체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요소입니다.
예전 2차 테스트 때 항해가 욕을 먹던 것도 이동의 불편함이 나머지 장점을 모두 압살할 정도로
컸다는 점이었죠. 이제 이 불편함이 장차 섬과 섬 사이의 이동에서 발생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적어도 섬의 마음을 얻었다면 이 이동의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특권 정도는
주어도 좋지 않나 합니다. 섬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은 그 섬에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했다는 증거인데
굳이 재방문까지 항해를 해서 오게 만들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나중에 채집을 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구하러
다시 방문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일일히 항해를 해야 한다면 너무 힘들고 지치지 않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섬의 마음을 얻은 시점에서 해양 지도에 해당 섬의 이름과 위치가 표기되는 식으로
바뀐다면, 그 후로는 일정 재화를 지불하고 해당 섬으로 바로 워프하도록 섬 전용 스퀘어홀을 추가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실링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돈으로 마구마구 워프하면 정기선을
타는 의미가 없으니 해적주화나 골드처럼 구하기 어렵고 가치가 높은 재화를 써서 이동 가능하게 한다면
정 급할 때, 꼭 가긴 가야하는데 항해로 가기엔 너무 번거롭고 시간도 없을 때 쓸 수 있는 비상 이동 수단으로
적절할 거 같습니다. 사실 해적주화가 배 업글할 때 빼고는 쓰일 일이 없는데 좀 허무하기도 하고요.
결국 해적 주화도 항해를 열심히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화다 보니 항해를 많이, 성실히 하면 할수록
이동이 편리해진다고 보면 형평성도 맞을 거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