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장문) 로스트 아크는 방향성을 잃었다.
본인 14층따리에 여러 게임을 병행하다가
몇달 전, 비수기때 이 게임에 정착했다.
15층, 16층 성님이 보기에는
이 글에서 하는 말들이 개소리처럼 들릴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나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싸지르는 이유는
나는 아직 이 게임이 좋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며,
그리고 실제로도 더 나은 게임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14층에서 장기간 주차를 하면서
이 게임에 대해서 생각해봤고,
그러면서 느끼는 점들을 서술하는 것이다.
ㅡㅡㅡㅡ
본래, 자아성찰이라고 함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인지하는
그런 과정을 말한다.
근데 이 게임은
게임 자체가 해야할 자아성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게임이 분명히 잘 만들어졌고,
그 안에 정성이 보이는 것은 맞으나,
그 정성과 열정을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쏟아붙는 느낌이 들었다.
잘못된 방향성이라도 있었으면 다행인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 방향성 마저도 없는 것 같다.
게임의 자아성찰이 충분하게 이뤄지면
유저에게 뭘 팔지 정해지는데,
이 게임은 유저에게 뭘 팔지 정하질 못한 느낌이다.
이 말은 단순히 BM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를 말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게임이 유저들에게 뭘 내세우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이 게임이 유저에게 제공하려는 것이
'성장'이라고 가정한다.
그렇게 되면 게임은 유저에게
무한파밍의 요소와 그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컨텐츠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장시간 사냥을 해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그것을 사용하여(혹은 강화하여)
캐릭터가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을 할 때마다
체감되는 성장의 폭이 명확하여
지루한 사냥을 이겨낼 명분을 심어주게되고,
나중에는 그 명분이 목적의식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로아에는 그런 요소가 없다.
혹은 있더라도 그것이
유저에게 가져다주는 변화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즉, 캐릭터의 성장은 이 게임이 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모험'이다.
미지의 지역을 탐사하고,
숨겨진 지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숨겨진 기믹을 해결하고
그것을 통하여 각종 희귀한
아이템들을 얻게 된다.
보통 어드벤처류 게임들이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데,
로아는 그것들을 '내실'이라는 이름으로 체워넣었다.
내실을 디자인 한 것을 보면
정말 촘촘하게, 상호호환적으로 잘 만들어놨는데,
문제는 대부분이 정말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더욱 큰 문제는
유저가 이것을 하면서 얻는 것들이
충분한 양의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다.
대부분,
화면 한쪽에 족보를 켜두고
그것을 따라서 아크라시아를 돌아다니게 될 건데
그 패턴이 너무 뻔하다.
ㅈ도 쓸모없는 수집용 아이템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그것들을 모아서 퍼즐 하나를 맞춘다.
그 과정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아이템을 쓰거나,
30분에서 2시간 가까이 아무 의미없이 시간을 버리면서
필드 보스를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내실을 완료해도
유저에게 제공되는 보상습득 전후로 차이가 크지 않다.
즉,
이런 재미없는 시간들을 억지로 참고
그것을 이겨내어 보상을 얻을 명분이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명분은 성장동기가 되는데
그런 성장동기가 결여되는 것이다.
이런것들을 다 참고 내실을 돌릴려고 해도
30분에서 2시간 가까이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캘린더로 필드보스 출현 시간을 적어두고
그에 맞춰서 보스가 등장하는 것 자체는 이해를 하겠으나,
게임을 켜 둔채, 그대로 꼼짝없이 2시간이 묶이는 경험을
왜 해야만하는지 도통 이해가되지 않는다.
이건 불쾌한 경험을 넘어서,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컨텐츠를 포장하고
'30분에서 2시간 멍하니 기다리기'라는 사실을 덮는 꼴이다.
게임을 하다보니 알수 있는 건
'무한파밍'을 통한 성장 대신 얽히고 섞인 내실을 하면서
컨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컨텐츠 소모 속도를 넣는다는 것에서는 이해를 하지만
그 안에 정말 꼼짝없이 유저의 시간을 완전히 버리게 만드는 것들은
전혀 받아드릴 수 없다.
그 외로 로아에는 수백개 가량의 섬들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섬들 모두 1회용이며,
보상을 획득하고 나면 그대로 버려진다.
보통, 이런 보상을 획득하면
"와, 드디어 얻었다!"
이런 반응이 나와야하는데,
"와, 드디어 이거 졸업한다."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룬다.
세 번째는 '레이드'이다.
내가 느끼기에,
로아의 정체성은 레이드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게임이 유저에게 제공하는
'유의미한 레이드'의 숫자가 너무나도 적다.
어비스 던전은 카드작을 위해서 똑같은 던전을
1년내내 딜찍누하면서 다녀야하고
어비스 레이드는 아르고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군단장 레이드 역시 그 출시 기간이 반년~1년에 하나 꼴로 나와서
상위유저들은 2달만 지나도 숙제로 취급해버린다.
권좌의 길은 똑같은 형식의 레이드에
보스나 잡몹들의 모양, 혹은 체력들만 바꿔서
붙여넣은 다음 억지로 늘린 꼴이다.
거기다가 1회용이다.
타워는 각 층별로
다른 테마의 뭔가가 나오긴 하지만
이것 역시 1회용이다.
즉,
유저가 느끼기에 유의미한 레이드는
카던 2회, 군단장 레이드, 어비스 레이드(혹은 어비스 던전의 카양겔)
이 세 가지가 유일하며
나머지 어비스던전 6+2, 도가토, 도비스는
위의 유의미한 레이드에서 수치만 변경하여
주간 반복하는 것들을 다시 깨는 것 밖에 되지 않거나,
이미 스토리를 통해서 봤던 것들을
또 반복하는 것 밖에 안된다.
나는 로아 개발진들이
제발 정신좀 차리고 위기의식을 느꼈으면 한다.
로아의 정체성을 레이드로 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유저로 하여금 '아, 이 게임은 이걸 하는 게임이네'
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끔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내실이나 이상한 컨텐츠를 내놓을 바에
(어차피 대부분 1회용으로 끝나거나, 보상 받고나면 할 이유가 없는 컨텐츠들)
유저가 돌릴 레이드를 더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빠르게 냈으면 한다.
만약 이런식으로 명확하게
"로아는 레이드를 하는 게임이다."
라고 정해버린다면
쓸데없는 컨텐츠 제작에 투여되는 시간, 투자비용, 인력들이
오로지 하나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나 6회제한으로 리미트를 걸어놨다.
이것 역시 유저가 유의미하게 돌릴 레이드의 숫자가 없으니
그 적은 숫자들을 6번 반복시키면서 억지로 붙잡는 건데
유의미하게 즐길 레이드의 숫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이번 로아온에서
뉴비들이 느끼는 문제가
카드작, 보석 이라고 했는데
이건 하익으로 지원해준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만약에 레이드의 숫자를 지금보다 배로 만들어서 풀어버리고
그것들의 보상으로 카드작과 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오히려 뉴비들가 다양한 즐길거리들 때문에 행복사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레이드에 골드 보상을 넣을 필요도 없다.
이번 로아온에서 말한 카드작, 보석을 주기만해도 정말 쉽게 해결된다.
또한, 이 게임은 뉴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뉴비들로 인해서 기존 유저들도 고통받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뉴비' 자체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뉴비가 '숙코'로 변한 대부분의 경우에서 고통을 받는다.
로아는
게임이 제공하는 하위 레이드를 통해서 보스의 패턴을 익히고
그것을 상위 보스에서 살짝 변형된 패턴을 보며
미리 학습된 경험과 지식으로 그것을 파훼하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놨는데,
이런식으로 하익을 퍼주다보니,
대다수의 신규 유입들은 이런 '배울 기회'조차 없이
바로 군단장 레이드에 던져진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숙련도가 딸려서 이른바, '숙코'로 변해버리는
뉴비들 때문에 고통받는다.
그리고 그런 갈등 때문에
모코코 딱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숙코의심' 혹은 '쌀먹의심', 또는 '다계정숙코쌀먹 의심'을 하는
유저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로아의 개발자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아주 천천히 게임 내부 컨텐츠를 하나하나 다 즐기며
상위 레이드에 대한 패턴을 미리 익히고, 적응하여
단계적/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하위 레이드에서 겪은 패턴과 비슷한 것들을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하익을 이렇게 처 퍼주는 것은
1) 유저들이 하위 레이드를 즐기며 패턴을 익힐 시간이 없다 -> 전부 하익으로 스킵되니까
2) 유저들이 천천히 게임을 하며 로아와 친해질 시간이 없다 -> 전부 하익으로 스킵되니까
3) 기존 유저들과 신규 유저들 사이의 숙련도의 차이가 심해진다 -> 연습해서 숙련도를 올릴 시간이 하익으로 스킵되니까
4) 점점 모코코 딱지를 단 유저들을 경계하게 된다 -> 다계정 유저들이 쉽게 하익으로 스킵하여 진입하니까
ㅡㅡㅡ
나도 이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고,
아까 처음 서론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이 게임이 정말 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이 게임에 진심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게임은 점점 하락세를 가고 있다.
과거 유저들은 금강선 디렉터의 그 현란한 말빨로 잡았지만,
이제 그 디렉터가 사라진 만큼, 로아는 순수 게임 내부의 재미로만 승부를 봐야하는데
방향성이 상실된 지금, 그 게임의 재미 마저도 점점 희미해져가는 느낌이다.
무슨 X같은 망겜충 소리냐며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게임을 하고 있고, 장기간 즐기고 싶은 유저의 입장으로써,
이 게임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크다.
나는 이 게임이 망하길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개발자들이 정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깊게 로아에 대하여 게임성찰을 했으면 한다.
ps. 아바타 출시 늦는건 너무한거 아니냐 ?